ㆍ새 제도 도입 때마다 ‘반복된 찬·반’ 이후


무상급식 등 복지정책을 놓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뜨거운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야당이 ‘무상복지론’을 내놓자 정부·여당은 ‘복지망국론’으로 맞서고 있다.

 
이런 논쟁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한국 사회는 새로운 복지제도를 도입할 때마다 늘 진통을 겪어왔다. 주5일 근무제와 최저임금제, 국민연금, 건강보험 암보장 확대정책 등도 수혜 범위와 재원 등을 놓고 찬반이 격렬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뿌리를 내리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주5일제 = 7월이면 주5일 근무제(주 40시간 근무제)가 5인 이상 20인 미만 근로사업장까지 전면 확대된다. 그러나 2004년 이 제도 도입 당시에는 보수진영과 재계의 반대가 심했다. 이들은 생산성 향상 없이 근로시간을 줄이고 임금을 올리면 한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줄고 세계시장에서 도태될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5일제는 가족 단위 주말여행은 물론 스포츠·취미활동 등의 증가로 항공·운송산업과 호텔·유통업, 관광·레저산업 등의 성장을 견인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09년 한국인의 국내관광 총량(날짜수)은 3억8000만일, 국내여행 총비용은 16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한국노동연구원 이병희 박사는 “주5일제로 노동자 임금이 급상승하고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것으로 판명된 셈”이라고 말했다.

 

◇ 최저임금제 = 1988년 최저임금제 도입 당시에도 반발이 극심했다. 임금은 시장원리에 따라 노동의 대가로 결정돼야 하는데, 정부가 강제적으로 최저임금제를 도입하면 경영손실을 가져와 실업률만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미 세계 70여개국이 최저임금제를 시행 중인 터였고, 우려했던 고용 감소도 일어나지 않았다. 세계 경제학계에서도 최저임금과 실업률은 무관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 2006년 미국 전역에서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뉴저지주와 가장 낮은 펜실베이니아주를 비교한 결과 뉴저지주의 고용이 더 증가했다는 것이다.

 

◇ 국민연금 = 1999년 4월 김대중 정부가 ‘전 국민 연금제도’를 시행하자 ‘망국론’이 등장했다. 직장가입자에서 출발한 국민연금이 농어민에 이어 자영업자까지 아우르는 쪽으로 확대되자 연금 고갈은 물론 존폐 위기론까지 대두된 것이다. 2007년 노무현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입법을 추진할 때는 “표(票)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일부에서는 연금제도를 민영화하자고까지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지난해 세계 연·기금을 통틀어 4번째로 큰 규모인 자산 300조원 시대를 열었다.

 

◇ 기초노령연금 = 2008년 노무현 정부는 65세 이상 노인의 70%까지 연금을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제를 도입했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65세 이상 전원에게 지급하자고 맞섰다. 그러나 한나라당 입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180도 달라졌다. 고액 자산을 가진 노인에게까지 정부 재정으로 연금을 내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65세 이상 노인의 70%까지 1인당 월평균 9만원(부부는 14만4000원) 정도를 받고 있다. 인구 고령화에도 노후대책이 없는 노인 인구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기초노령연금은 적은 액수지만 상당한 사회안전망 구실을 하고 있다.

 

◇ 건강보험 암보장 확대 = 2005년 노무현 정부는 암 등 고위험 질병은 국가가 모두 책임져야 한다며 암보장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보수진영과 재계는 일제히 반대했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면 병원을 찾는 횟수와 입·퇴원 환자가 급증해 ‘도덕적 해이’를 가져온다는 것이었다.

이런 논리 속에 암 보장성 강화가 늦춰지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구당 평균 3~4개의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의 민간의보 가입률은 77.9%, 평균 가입개수는 3.62개로 집계됐다. 더욱이 장애인·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민간의보 가입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되지 않으면 의료서비스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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